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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채식주의자 - 한강, 폭력 그리고 폭력

by 리베르올라 2016. 5. 22.



채식주의자 - 한강, 폭력 그리고 폭력



채식주의자
국내도서
저자 : 한강
출판 : 창비(창작과비평사) 2007.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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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부커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했다는 소식이 떠들썩하더군요. 한강작가님께 축하드리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 
채식주의자라는 책과 한강작가님을 맨부커상과 함께 뉴스로 알게되어서 제 자신이 조금 부끄럽네요.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여전히 좁은 식견과 좁게 책을 선정해서 읽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한강 작가님에 대해서도 알고 싶고, 맨부커상이 왜 이 책을 선정했는지에 대해서도 궁금해서 서점에 달려가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이 책은 놀랍게도 술술 읽히는 책입니다. 제 좁은 식견과 편견을 단숨에 깨버렸습니다. 
저는 순수문학이라면 어려운 이야기나 우리가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높은 수준의 해석으로 다가가기 어려운 책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저를 한국문학에서도 좋아하는 작가의 글만 보게 되게 만들었죠. 

한강 작가님의 글은 너무 술술 잘 읽혔습니다. 저는 어려운 글을 읽는데 굉장히 힘들어합니다. 책은 좋아하나 고전을 읽는데 상당히 힘이 듭니다. 그리고 고전을 아직 시도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가까이 다가와주는 글이 저에게는 친숙했습니다. 

책은 크게 세 챕터로 되어있습니다. 연작소설이라는 말이 궁금했는데, 챕터마다 다른 곳에서 따로 발표를 했더군요. 그리고 한번에 소설 전체를 발표한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씩 꺼내들었습니다. 그래도 책을 이어놓으니 훨씬 이해하기 편하네요. 

3 챕터에서는 주인공은 영혜라는 분입니다. 그리고 그녀를 바라보는 3명의 다른 시선들이 각 챕터마다 자리잡고 있지요. 
어느날 꿈을 꾼 영혜는 이후 채식주의자가 됩니다. 그냥 베지테리언도 아니고, 비건이 되죠. 정말 '채소'만 먹는 이들을 비건이라고 하더군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바로바로 이해는 가지 않았습니다. 아직까지 부족한 지식과 이해력이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만, 그간의 작가님의 생각을 얼추 예상해보자면 인간에게 가해지는 폭력성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한 평범한 여성이 자신의 집과 가족, 사회를 묶는 모든 관습을 거부하는 과정을 간결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담아냈다
보이드 던킨 맨부커상 심사위원장

맨부커상의 선정이유에서 저는 여자에게 가해지는 가정에서, 가족에서, 사회의 폭력성을 이야기하는 책이라고 감히 예상해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유난히도 피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영혜는 육식으로 상징되는 인간의 폭력을 거부하고, 마지막에는 더 이상 자신이 인류의 일원이 아니라고 여긴다. 식물이 되는 중이라고 믿으며 모든 음식을 거부한다. 그런 영혜를 통해 인간의 폭력과 결백의 가능성에 대해 묻고 싶었다. 한 인간으로서 폭력을 완벽하게 거부하는 게 가능한가. 완전히 결백한 존재가 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그런 질문들을 하고 싶었다.”

[출처: 중앙일보] 한강 “불편한 소설? 200쪽짜리 질문으로 봐줬으면”

한강작가님의 인터뷰에서 이 대목이 인상깊었다. 폭력을 거부하고 식물이 되어가는 영혜. 그리고 끊임없는 질문들이 이 소설을 완성시킨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빠져본다. 

채식주의자가 되는데 있어서 최초는 가정에서부터의 시작이다. 아무래도 사회의 가장 최소단위에서부터 이 질문이 시작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꿈을 꾼다. 굉장히 몽환적이다. 그리고 그녀는 변한다. 채식주의자로. 남편은 이해하지 못한다. 
중요한점은 어느누구도 이 꿈에대해서 그리고 그녀의 행동에 대해서 자신의 관점으로만 생각한다. 영혜의 생각이나 행동은 우리는 관찰자의 입장에서 바라만 볼 뿐이다. 

그리고 욕망의 폭력성이 2장에서 이어진다. 예술로써의 욕망. 이성으로써의 욕망. 욕망에 대한 폭력성은 비단 어느 한 분야만의 일은 아닐것이다. 우리는 어느곳에나 어디에서나 욕망의 폭력을 가하고 피해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장 몽환적이고 상상의 나래가 꽃이 피는 이야기였다. 개인적으로 너무나 흥미롭게 읽었다. 

나무불꽃인 3장에서, 정신병원에 들어간 영혜와 그녀를 보살피는 인혜의 이야기이다. 나무가 되어가는 영혜. 폭력의 완벽한 거부를 시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이 영혜의 기억은 아버지와 연결이 된다. 어린시절 자신을 문 개를 오토바이로 끌고다닌 아버지.가부장적인 아버지의 모습과 폭력성을 대변하는 모습은 어린시절 그녀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았을까. 

상상력을 극대화시키는 필력에 감탄하면서 작가가 정말로 심혈을 기울여 이야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번역가가 정말 고생했을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맨부커상의 수상역시 번역가의 공도 무시못할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 글을 어떻게 영어로 번역했을지 심히 궁금해진다. 

한 인간의 폭력에 대한 거부라는 주제로 이 책을 읽어내려갔지만, 솔직한 이야기라면 폭력성보다는 이 책이 주는 환상성과 상상력의 자극이 더 책을 집중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책을 덮고도 그 여운이 인간의 폭력성에 대한 생각까지 뻗어갈 수 있게 한 힘이 아닐까한다. 

다시한번 한강 작가님의 수상을 축하드리며, 이 책과 함께 화제가 되고 있는 소년이 온다라는 책도 하루 빨리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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